감자탕으로 탑 쌓는 거 본 적 있니? - 청년감자탕 강남역점
어느 정도 날이 풀리는가 했더니, 변덕스러운 봄바람이 거칠게 몸 안으로 파고드는 하루였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뱃속부터 땃땃해지는 해장국이 제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당한 맛집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위치는 강남역 4번 출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지하철 개찰구에서 신분당선으로 향하는 4번 출구가 너무 멀었어요.
지하철에서 내려서, 청년 감자탕까지 가려면 15분 정도는 도보로 걸으셔야 합니다. 추운 날이라 더 길게 느껴졌어요.
매장 입구에서 살펴보니, 방송사에서 여러 번 출연한 맛집으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매장이라서, 매 식사시간마다 직장인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전체적으로 널찍합니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는데, 스태프 전용공간인지 손님들을 맞이하는 홀인지는 모르겠네요.
자리 잡은 곳 옆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야채들과 꾸리가 손님들을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두 명이서 청년 감자탕(소)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공깃밥 없이도 충분히 고기만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우와!!! 등뼈를 산더미처럼 쌓아서 가져오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한 냄비에 6개가 큼직하게 담겨있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입니다. 우거지랑 파, 버섯이 파릇파릇한 게 멀리서 보면, 이끼가 잔뜩 끼여있는 장엄한 암벽을 보는 것 같습니다.
불을 올려서, 아래부터 따숩게 등뼈를 보글보글 데워 주도록 합시다.
포토타임을 마치면, 감자탕과 같이 오는 큰 은쟁반에 등뼈를 옮겨 담고 먹을 만큼만 냄비에 덜어서 한소큼 끓여 줍니다.
해장국은 김치가 맛있어야 맛이 배가 되는 법인데, 강남역점은 맛이 싱겁고 덜해서 아쉬웠습니다.
감자탕을 잘못 시키면, 해장국 1인분보다 등뼈 2~3개 더 넣어주고 양에서 그닥 차이가 없는 곳이 있는데,
청년 감자탕은 공깃밥을 시키지 않고, 등뼈만 발라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남다른 푸짐함을 자랑합니다.
불에 올려서 충분히 끓여주어야 함께 들어있는 알감자가 서걱 거리지 않고, 맛있게 잘 익을 수 있습니다.
돼지등뼈 한 덩이를 앞접시에 조심히 담아서, 팔팔 끓는 육수를 끼얹어 주었습니다.
후추와 들깨가루를 잔뜩 넣어서 풍미를 더했더니 꼬순내 물씬 풍기는 해장국이 되었습니다. 고기를 뜯으면서, 공깃밥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야들 야들한 고기를 뜯어서, 새콤한 겨자소스에 찍어 보았습니다.
고기가 큼직 큼직해서 많이 못 드시는 분들은, 감자탕을 남기고 오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육즙이 가득 배어 있는 고기 한 점이 눈에 띄어서 찍어 보았습니다.
1회용 장갑을 셀프코너에 상비해 두고 있기 때문에, 3일 굶은 거지처럼 게걸스럽게 등뼈를 탐할 수 있었습니다.
살짝 부족한 2%를 채워 주기 위해서, 청년 치즈 볶음밥을 추가하였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었더니, 사장님께서 더 정성스럽게 볶아 주셨습니다.
철판에 밥을 사정없이 꾹꾹 눌러서 펴 바른 볶음밥 위에, 눈꽃 치즈가 하얗게 내린 모습입니다.
깍두기를 시중에서 파는 기성품으로 사용하시는지, 김치가 싱겁고 깊은 맛이 나지 않아서 깍두기라는 느낌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행히 김치볶음밥보다는 알밥처럼 나왔기 때문에 알밥에 들어간 단무지 같은 느낌으로 식사를 즐겼습니다.
찐득하게 녹은 치즈가 밥알 하나하나에 고루 스며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고소한 알밥과 눈꽃 치즈의 조합은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철판에 찐득하게 늘러붙은 알밥과 노릇하게 익은 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가득 머금은 김가루와 알, 눈꽃 치즈의 환장 터지는 조합을 잠시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국가공인 집돌이로서, 게으름을 무릅쓰고 강남역까지 방문하여 이용한 청년 감자탕집은 꽤나 흡족스러웠습니다.
냄비 위로 우뚝 솟아 오른 등뼈 탑은 방문하시는 분들의 혀와 눈을 만족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유독 오늘처럼 봄바람이 서늘한 날에는, 고상하게 스파게티를 말아 드시는 것보다는, 든든하게 속을 채워줄 감자탕이 제격일 듯싶습니다.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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