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서 보름달 까지! - 창경궁 대온실, 연남토마 북촌점, 월영당 서울
이 주 전에 꽤나 멀리 나들이를 나왔었습니다. 하늘이 우중충 해서 사진을 찍어도 별재미를 못 볼 것 같군요.
기온이 많이 올라서 따땃한 것 같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상으론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였습니다.
고래 등 같은 기와가 훤칠하게 뻗어있는 홍화문이 방문객들을 반겨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궂은 날씨에 이 먼길까지 달려온 목적은 창경궁 안에 있는 대온실에서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입니다.
장엄한 홍화문을 지나려면, 입구에 있는 개찰구에서 티머니 카드나 후불카드를 찍고서 통과가 가능합니다.
전통적인 멋스러움으로 가득 찬 고궁 입구 앞에 최첨단 문명의 이기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담하지만 옹골차 보이는 옥천교를 지나면, 정면에서 명정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삭막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곧 봄이 오면 꽃나무에 꽃봉오리가 가득하겠죠?
한옥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계절마다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명정문 좌우 끝에 위치한 쪼꼬미(?)들은 잡상이라는 동물 모양 장식 기와로써, 길상과 화마를 제압한다는 주술적인 의미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장식 기와는 심미적으로도 우수하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을 들였던 선조들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명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쭉 걸어서 올라가면, 드디어 첫 번째 목표인 창경궁 대온실을 마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서, 창경궁의 한옥양식과 대비되는 외관이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합니다.
매우 화려하고 유려한 대온실의 모습은, 많은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유폐된 순종황제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아픈 역사의 증표이기도 합니다.
조금은 울적한 이야기를 뒤로하고, 출입문을 통해서 들어가면, 꽤나 다양하게 조성된 식물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충분히 풀리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관리가 미흡한 건지, 안타깝게도 전시된 식물들의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더 따뜻해지는 봄날에 오거나, 풀잎이 쌩쌩해지는 여름날에 오면 더욱 신선한 식물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온실이면 계절을 타지 않을 것 같은데? 난방장치를 튼 것 같지도 않고, 조금 의아한 부분입니다.
작은 노랭이(?)들은 금귤이고, 오른쪽에 큰 왕방울 귤은 하귤입니다. 크기가 엄청 컸는데 맛은 어떨까요?
노란 열매가 방울방울 가지에 한가득 달려 있으니까, 뭔가 풍족한 기분이 드는 것 같죠?
제주도에서 실컷 볼 수 있는, 열대지방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식물이죠? 이름은 전혀 몰랐는데 소철이라는 친구였습니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겨울 날씨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삭막한 나뭇가지들만 보다가, 붉은색 홍천조가 눈에 띄었습니다.
대온실에 방문한 덕분에, 개나리처럼 봄기운이 충만한 꽃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디 길거리에서 본 것 같은데?
주변 화분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어서 바로 찍어 보았는데, 진달래꽃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습니다.
너무너무 예쁘니까, 가까이에서 한 장 더!
구불구불 멋들어지게 꼬인 이 분재는 바닷가를 따라서 자라기 때문에 해송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회백색을 띠고 있는 소나무입니다. 굉장히 오래 살 수 있는 장수목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송이 많다고 합니다.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제철에 피는 녀석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생기가 넘치는 동백꽃의 모습입니다.
정원 한편에 혼자 피어 있지만, 꿋꿋하게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동백꽃은 빨간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하얀색의 동백꽃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꽃봉오리가 브로치로 달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웠습니다.
여유 있게 잔잔한 호수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뱃고동 소리가 우렁차게 울리는 고로, 그다음 목적지로 빠르게 이동하였습니다.
어차피 이거 다 먹고살자고 이러는 거 아닙니까? (급발진)
앞모습보다 뒤태가 더 탄탄해 보이는 홍화문을 뒤로하면서,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안녕~ 창경궁
창경궁에서 안국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도보로 7분 거리에 위치한 퓨전음식점 연남 토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다소 넘긴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발 빠르게 먼저 기다리고 있는 방문객팀이 있었습니다.
연남 토마에 방문하실 분들은 미리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화번호를 입력해서, 대기접수를 하시면 카카오톡으로 앞에 있는 인원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를 안내합니다.
연남 토마는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으셔도 금방 자리에 앉으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밥 먹는 거 구경하는 게 제일 힘들죠?
대기시간이 지루하신 분들을 위한 포토존이 자리하고 있으니,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리시면 더 좋으실 것 같아요.
드디어, 매장 안으로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테이블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서, 많은 인원들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웨이팅 중에 미리 눈여겨본 음식들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주문을 넣어 보았습니다. 아~ 빨리, 밥 줘!
퓨전 요릿집은 어딜 가도 피클, 단무지, 김치 3종 쎄뚜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 같아요.
배고픔에 이성이 날아가려던 찰나에, 제일 먼저 파스타가 도착했습니다.
감바스에 파스타를 올려서 그대로 버무리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말라비틀어진 냉동새우가 아닌 큼지막한 통새우입니다.
나머지 메뉴들이랑 같이 찍어야 하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무지성으로 젓가락을 들이밀고 말았습니다. 쉐쉣 빠삐 롱~
펼쳐진 파스타면에 윤기가 좌르르르하게 빛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의 고소한 맛과 명란의 짭조롬한 맛이 섞여서, 더 깊고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곧 이어서, 테이블에 오르게 된 김치 나베는 흰쌀밥과 찰떡을 자랑하는 모습입니다.
시큼한 김치찌개와 기름진 돈카츠의 조합,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어요~ 처음 생각한 사람한테 상을 줘야 합니다!
흰쌀밥에 계란 노른자만 올려도 밥도둑이 따로 없는데, 불맛 가득한 고깃덩이가 한가득 올라가 있습니다.
한입 찍먹 한 파스타와, 나머지 메뉴들을 한 곳에 모아 봤습니다.
야키니쿠와 김치 나베에 기본적으로 쌀밥이 한 덩이씩 들어가 있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돈카츠 튀김옷 사이에, 김치찌개가 스며들어가 있어서 안 그래도 연한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김치찌개에 계란을 풀어서, 훨씬 부드러운 국물 맛이 느껴집니다. 육질이 연한 돈카츠에 튀김옷까지 국물이 베이니까, 더 촉촉해지는 것 같아요.
돼지고기의 불맛과 데리야끼 소스가 궁합이 너무 좋았던, 야키니쿠입니다.
계란 노른자를 터트려서, 위에서 부터 파먹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슥삭 비벼서 먹는 걸로 하겠습니다. 노른자가 마치 카레처럼 보이네요~ 카레카레 요가 파이아~♪
노른자로 번들 번들 거리는 야키니쿠를 충분히 눈에 담으셨다면, 이번에는 디저트를 먹으러 이동하겠습니다. 빨로 빨로 미~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나오니, 흐린 날씨에 금방 어둑해진 저녁이 되었습니다. 멋진 야경을 보게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입니다.
낮에 가는 것보다는, 트레이드 마크인 보름달이 가장 예쁜, 저녁 시간에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옥 너머로, 보름달이 떠 잇는 걸 모티브로 삼은 월영당입니다. 감각이 탁월하신 분들만 카페 사장님이 되시나 봐요.
1층 매장에는 북적이는 통에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천장에 있는 전등이 눈에 띄게 예뻤습니다.
메뉴판을 잘 살펴보시고, 다음에 월영당을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종류별로 여러 가지 마들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배가 불러서 패스.. (간만에 보이는 약한 모습)
음료를 넘칠 것처럼, 찰랑찰랑하게 부어주셨습니다~ 가지고 오는데 엎을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초록 초록한 게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이죠?
위에 크림을 살짝 떠 보면, 생크림처럼 몽글몽글한게 정말 귀엽네요.
공기반, 크림반 구름을 떠다 놓은 것 같은 말차 라테입니다.
위에서만 보면, 제티를 타다만 것처럼 보여서 당황스러운 모습이지만..
옆모습을 보면, 바닥에 초콜릿이 한가득 고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콜릿이 밑으로 흐르고 있어요!
안 넘치게 조심하면서, 설렁설렁 저어주면은~ 금세 까맣게 물들어 버립니다.
초콜릿 가루가 아니라, 초콜릿 시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다른 초콜릿 라테보다 더 진한 맛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2층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 이렇게 멋들어진 샹들리에가 있었습니다. 인테리어에서 조명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옥상에 가면, 엄청나게 큰 누룽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SNS에 올리기 좋은 핫스팟인데, 날이 추워서 올라온 분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늘은 낮부터 궂은 날씨에 힘들기도 했지만, 덕분에 월영당의 아름다운 달빛을 맘컷 감상했으니, 마냥 나쁘기만 한 하루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날은 머릿속에서 금방 흘러가지만, 오늘처럼 굴곡 있는 하루는 오래도록 즐거운 추억으로 남으니까요.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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