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메뚜기 월드인가? 쥬라기 월드인가? -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
스멀스멀 어두운 실루엣이 스크린 뒤로 아른거립니다.
눈에 거슬리는 건 찢어발겨야 직성이 풀리시는 우리의 렉시쨩
"렉시 왔쪄요~ 뿌우~!!!"
쥬라기 공원의 마지막 완결편인 도미니언을 보고 왔습니다. 이제서야 포스팅을 올리는 이유는 게을러터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 굳이 손 이 가지 않았달까?
쥬라기 공원을 처음 본 건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으로 기억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공룡에 환장할 때, 이 영화를 봤었네요.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내가 외딴섬의 테마파크를 직접 누비는 듯한 생생함에 정신을 못 차리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스크린을 통해서 집채만 한 공룡을 마주 했을 때, 느꼈던 놀라움과
머릿속에서만 머물던 상상이 그대로 구현된 경외감을,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고생대의 생태계를 그대로 재현해 냈는데, 눈이 돌아가지 않을 잼민이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쥬라기 공원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 걸까요? 시리즈가 부활해서 쥬라기 월드가 나온다고 했을 때도 굉장히 기뻤고,
쥬라기 월드도 눈 호강하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지만, 도미니언은 대서사시의 완결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일단 완결편인만큼 전작의 주인공들이 총출동해서 힘을 합치는 모습과 다양한 오마쥬를 통해서 팬서비스를 넉넉하게 준비한 건 매우 좋았습니다.
더 커지고, 더 위협적인 공룡의 등장도 긴장감을 더 해 주었고요.
"아따, 거 살벌하게 생깄네."
랩터의 추격을 피해서 내달리는 오토바이 추격신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대체 뭐가 문제냐?
명색이 쥬라기 월드인데, 이야기의 가장 큰 줄기가 되어야 할 공룡들이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막말로 공룡들을 다 지우고, 쥬라기 월드를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으로 바꿔서 등장시켜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는 거죠.
CG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이 있었지만, 실상 속을 열어보면 앙꼬 없는 찐빵과 같았습니다.
아무리 겉모습은 실제와 같이 연출한다고 한들, 이야기의 중심에 공룡들이 없는데 쥬라기 월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의 중심에는 바이오신의 유전자 조작 기술로 만들어진 메뚜기들이 등장합니다.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과 탐욕을 상징하는 장치로 이 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감히 신에게 대적한 인간들에게 메뚜기떼는 "재앙" 그 자체를 표현하는데 훌륭하게 쓰였습니다.
문제는 쥬라기 월드의 공룡들보다 비중이 높고,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겁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어떤 일도 마다 하지 않던 헨리 우 박사가 갑작스럽게 개과천선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인간들을 향한 자연의 분노를 메뚜기떼의 습격보다는 공룡들을 등장시켜, 풀어 나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요?
대미를 장식하며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모두 놓쳐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는 오만한 인류를 향해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만 생각한다면, 다음 대멸종의 주인공은 우리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시건방진 존재들도 결국은 대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말이죠.
공룡들이 자연의 분노를 형상화한다면, 공룡들과 공존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오웬은 자연친화적(?)인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자연을 지배하고 무분별하게 개발하기보다는, 보존하고 존중하면서 공생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죠.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비현실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보자면 마냥 웃을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환경 파괴로 인한 이상 현상은 체감이 될 정도로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으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위기는 언제나 찾아올 것이고, 우리는 항상 해답을 찾아왔으니까요.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인터스텔라 -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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