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썩는 이 달달함, 이거 진짜 실화야? - 생일맞이, 대학로 연극 체험기
얼마 전에 여자친구의 생일을 맞아서, 대학로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게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여서, 마침 잘 됐다 싶었습니다.
조금 애매한 시간이기는 하지만, 이른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습니다.
많은 식당들이 브레이크타임에 해당하는 시간대라서, 다소 한적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목재 장식을 많이 사용한 인테리어와 주황빛 조명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크게 더해주었습니다.
보통은 기분내기 좋은 창가 쪽 자리를 많이 선호하시기 마련인데,
구스토랩은 엔틱한 소품으로 매장 안쪽도 못지않게, 훌륭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중앙에 있는 셀프바에서는 식기랑 피클, 소스같이 딱 필요한것들만 정갈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우선 메뉴판을 먼저 확인해 볼까요?
테이블 바로 위에 조명이 너무 밝아서, 메뉴판이 또렷하지가 않네요.
저는 대표메뉴 위주로 주문을 진행했었는데, 만족감이 꽤나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매장에서 어필하는 주력메뉴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죠?
마지막장에는 메인요리와 짝을 맞춰서 드실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저는 탄산중에 에이드가 있으면, 콜라보다는 에이드로 자주 주문하는 편입니다.
각자 앞접시 챙기고, 식기세팅을 가지런히 하는 도중에, 마침 청포도 에이드도 같이 나왔습니다.
에이드에 들어가는 과일청을 씹을 때마다, 새콤달콤한 과육이 잘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색깔이 에메랄드 빛으로 예쁘게 빛나는 건 덤이고요.
부채살 팬 스테이크
로제파스타
잠시 후에, 사장님이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주셨습니다.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네요.
저희까지 3팀정도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음식이 다소 빠르게 나왔습니다.
이번에 찾은 구스토랩은 단순히 대학로 근처 맛집을 찾다가, 위치도 가깝고 평이 나쁘지 않아서 방문하게 된 식당인데요.
지금까지 제가 먹었던 스테이크 중에 단연코 가장 맛이 좋았던 식당입니다.
다른 곳들은 기분내기로 값을 지불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곳은 스테이크 자체가 제 입맛에 잘 맞았어요.
메뉴판에서 구스토랩만의 방식으로 숙성시키고 마리네이드 했다고 안내가 되어있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고기를 사용하셨는지 너무 궁금할 정도로 부드럽고 간이 잘 배어 있었습니다.
다른 식당들은 소고기 본연의 맛에 집중시키기 위해서 더 노력하셨다면,
구스토랩은 양념갈비를 먹는 것처럼 고기 자체에도 맛있는 양념이 잘 베어 들어있었고,
중앙에 따로 마련해 주신, 소스까지 함께 곁들여 먹으면 감칠맛이 정말 최고였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식당에 갔을 때, 만족하지 못한 채 허탕을 친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개개인의 입맛이나 주관이 굉장히 천차만별로 다양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남긴 맛집 포스팅들도 지극히 제 입맛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기에 조금은 조심스러운 면도 있거든요.
뜬금없지만 갑자기 너무 칭찬일색인 듯해서, 약간의 제동을 걸어 봤습니다.
스테이크에 너무 관심을 쏟아 버렸는데, 로제파스타도 부족함 없이 맛이 좋았습니다.
로제 특유의 고소함과 해물의 감칠맛이 잘 어울렸거든요.
사진으로 보면 크기가 잘 체감이 안되는데, 접시가 엄청 커서 진짜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별 기대 없이 찾아간 장소에서 뜻밖의 맛집을 발견해서 훨씬 더 흡족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 찍느라 한 눈 판 사이에 파스타 접시가 뭉텅이로 줄어들더라고요. 히히
리코타 피자
샐러드 위에 빵실하게 올라간 리코타 치즈가 신선한 샐러드와 잘 어울렸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피자 자체는 뜨끈뜨끈해서 모짜렐라가 쭉쭉 늘어났는데,
위에 있는 샐러드는 숨 죽거나 시들하지 않고 쌩쌩했다는 점입니다.
피자가 샐러드를 아름드리 잘 품고 있네요.
각각 따로 먹어도 좋았고, 피자 위에 샐러드를 올려 먹어도 찰떡 같이 잘 어울렸습니다
괜히 피자 중에 간판 메뉴가 아니더라구요.
치즈를 갈라서 샐러드와 함께 잘 뒤섞어 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생소한 조합이었고, 과연 잘 어울릴까? 싶은 비쥬얼이었는데,
입에 피자를 밀어 넣은 즉시, 의문이 해소되는 맛이었습니다.
새콤달콤한 오리엔탈 소스랑 리코타 치즈,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의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잘 어울렸어요. 진짜 맛있었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밥때가 되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주위가 어두워지니까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기 시작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이제 배도 채웠겠다, 온라인 예매를 진행한 소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혜화역 인근에는 다양한 맛집들과 입소문 난 연극들이 많아서,
처음에 어딜 가야 좋을지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살짝 골머리가 아프기도 했습니다.
혜화역에서 인기가 많은 연극 중에 몇 가지를 추려서 저울질을 하다가,
아무래도 데이트에서는 로코가 제격이지 않을까? 싶어서, "한뼘사이" 라는 연극을 예매하였습니다.
라온아트홀 내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입장 전에 미리 다녀오셔야 합니다.
혹여나 퇴장 시에는 재입장이 불가한데, 다른 관객들과 배우분들의 몰입을 위해서겠죠?
"아니, 사람 뭔데 이거?"
아까 대기하는 장소에서 끝줄까지 굉장히 엄청나게 늘여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입장시간이 되니까, 생각보다 빠르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얼마나 재미있으면,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조금씩 기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선 타임의 연극이 끝나면, 관객들을 곧바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더라구요?
쉬는 시간도 없을 것 같은데, '열정이 참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로에서 보는 첫 연극인데, 어떻게 될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어요!
자리가 선착순으로 배분되는 것 같은데, 맨 끝자리에 자리가 잡혀서 너무 슬펐습니다..
근시퇴행이 와서, 이제는 눈이 침침하단 말야...
처음에는 눈도 침침하고, 도입부가 살짝 오그라드는 느낌이 있어서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관의 스크린만 보다가, 날 것 그대로의 현장감 넘치는 무대가 적응이 안 되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멀티맨의 엄청난 쇼맨쉽과 배우분들의 열연이 합쳐져서,
극이 절정을 향해 갈수록 엄청난 몰입감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상영시간 100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느낌이었어요.
연극 "한뼘사이"를 보고 난 후에, 연극이나 뮤지컬의 다른 작품들은 어떨까? 하는 관심이 생겼는데요.
부끄럽지만 그전까지는 "인터넷 되고 택배만 잘 오면 되지, 굳이 서울에서 살아야 하냐?" 라는 입장이었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하려고 기를 쓰는구나" 하고 자연스레 깨닫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극장을 나서는 길에, 한눈에 들어온 네온싸인이 마음을 뒤흔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부터 여운이 좀 씨게 남는 타입인데, 집에 귀가하는 내내, 얼마나 곱씹었는지...
소극장의 한계로 시설 같은 부분은 불편한 점이 조금 있었지만, 뭔가 풋풋하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열정이 잘 느껴져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혜화역 근처에 뭔가 느낌 있어 보이는 탐정? 투명인간 아저씨 3명이 있어서, 여러분들 한테도 그냥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도 생일인데 케이꾸 커팅식은 해야 하잖아요?
올 해에도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조촐하게 전해 주었습니다.
"아니, 불 붙이고 분위기 탈 시간은 줘야 할 거 아냐!"
"머리통이 왜 벌써 녹아 없어졌어, 왜?!?"
세상에는 참 쉬운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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