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만에 기분좀 내볼까? - ♥2000일 기념 오마카세 체험기♥
퐁당퐁당 하루 걸러 야간근무를 서다 보니, 출퇴근길에 찌들어서 잠시 정신줄을 놓으면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갑니다.
LTE를 넘어서 초광속 5G의 일과 중 그나마 좋은 점을 꼽아 보자면, "월급날이 체감상 빨리 돌아온다." 정도일까요?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D-day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기분 좀 내볼까?" 해서 처음으로 오마카세를 예약해 보았습니다.
왼쪽에는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오마카세 히토리가 있고, 오른쪽에는 소고기를 취급하는 오마카세 히토리 규이치입니다.
작은 규모의 식당인 만큼, 사전에 캐치 테이블 같은 어플을 이용해서 사전예약을 하지 않으면, 당일 이용은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희는 미리 가서 30분 전에 도착을 했는데요. 둘이서 오마카세를 이용하는 건 처음이어서, 긴장 반 기대 반으로 두근두근 했습니다.
5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해서, 테이블 끝자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방문하실 때, 조리하는 모습을 직관하기 좋은 가장 안쪽 자리를 추천드립니다.
기본적인 1인 세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른쪽에는 단무지, 생강 초절임, 궁채 피클
왼쪽에는 보리된장, 소금 다시마, 말돈 소금, 뿌리 겨자
히토리에서 소금 다시마를 처음 먹었는데, 어찌나 감칠맛이 매력적인지! 듬뿍듬뿍 올려 먹었더니, 셰프님이 숨 가쁘게 리필해 주셨습니다.
식기들도 가지런하게 준비해 주셨는데, 사실 히토리는 보리차 맛집입니다. 직접 볶아서 만든 보리차가 굉장히 구수해서 끝도 없이 들어갑니다.
처음으로 간단한 수프가 나왔습니다. 견과류 특유의 거친 식감과 텁텁함이 있었지만, 부드럽게 속을 채워주어서 좋았어요.
두 번째 코스를 위해서 전복을 손질하는 모습입니다.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서 쫄깃쫄깃해 보이죠?
전복을 무려 4시간이나 사케로 쪄서 준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음식은 정성과 손길이 닿아야 맛이 나나 봅니다.
밑에 깔려있는 게우 소스는 전복의 내장과 생크림을 조합해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자랑합니다.
우와~! 오늘 코스를 장식할 횟감을 한가득 담아서 보여 주셨습니다. 한눈에 봐도 굉장히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죠?
셰프님 두 분이서 횟감을 하나씩 맡아서 작업하셨는데, 저미는 칼질만 봐도 생선살이 얼마나 탄탄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테이블에 도착한 생선은 저 멀리 완도에서 올라온 광어입니다. 소금 다시마를 곁들여 먹길 추천해 주셨는데, 감칠맛이 미쳤습니다!
껍질을 토치로 살짝 익혀서 맛깔스러운 비쥬얼과 은은한 불맛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도톰한 두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식감도 최고!
소금과 와사비의 조합을 추천해 주신 다금바리입니다. 당시에는 횟감을 잘 몰라서 그런갑다 하고 집어 먹었는데,
지금 포스팅을 하면서 조사해 보니 몸값이 으마으마 한 친구더라고요. 어쩐지, 입에 착! 붙더라니...
대체로 흰 살 생선은 담백하고 등 푸른 생선이 기름지다고 생각해 왔는데, 줄 전갱이는 상당히 기름진 맛을 자랑했습니다.
평소에는 짬뽕처럼 빨갛고 얼큰하지 않으면, 재첩국이나 홍합탕 같은 맑은 국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기름진 생선들을 먹다 보니, 적당한 타이밍에 입속을 개운하게 씻겨 주는 맑은 조갯국이 반가웠습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적당히 입속을 갈무리 한 다음에, 남은 줄 전갱이를 보리된장과 함께 꾸울~꺽! 했습니다.
다소 기름진 맛을 가진 줄전갱이였는데, 간장을 이용해 느끼함을 잡아주니, 훨씬 먹기에 좋았습니다.
손발이 꽁꽁 얼어붙을 때가 되면, 6시 내 고향이나 VJ특공대 같은 프로에서 빙어낚시를 하는 걸 종종 본 기억이 납니다.
잡는 족족이 초고추장에 찍어서 덥석 덥석 먹는 걸 보고는, "저렇게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저걸 먹는다고?!?" 싶었는데,
직접 튀김을 먹어보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되어 버리는 맛이었습니다. 튀김옷으로 머리가 가려진 것도 신의 한 수였달까?
아, 머리가 그대로 보이면 징그럽잖수...
작은 몸뚱이 안에 노르스름한 알이 한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을 보라!
군침이 가득 고이지 않는가?
무려 방문한 지 한 달이 넘어간 데다가, 먹느라 바빠서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음에도 머리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포스팅을 써야 했기 때문에, 퍼즐 맞추듯이 다른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보면서 횟감들의 정체를 하나씩 밝히고 있었는데,
이사진이 어떤 친구(?)의 살점인지는 끝까지 알 수가 없었네요. 오기가 생겨서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그냥 깔끔히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맛있었으니까, 그걸로 된 거지 뭐, 그렇지?"
우니, 단새우, 갈은무, 문어, 해초를 초에 절인 것에 상큼한 폰즈소스를 곁들인 모둠 초회의 모습입니다.
셰프님은 한데 뒤섞어서 같이 먹는 것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딱 봐도 굉장히 기름져 보이시죠? 어쩐지 입에 넣으니 부드럽게 녹아 없어지더라고요.
김 위에 해산물을 조물조물 올려서, 다음 코스를 준비하고 계신 모습입니다.
셰프님이 이것저것 이야기해주시면서, 분위기를 굉장히 편안하게 해 주셨어요!
예쁘게 돌돌 말아서 만들어 주신 마끼를 하나씩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위에 바삭바삭한 튀김가루가 속재료랑 절묘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마끼를 게 눈 감추듯 집어삼키던 와중에, 이번에는 셰프님이 건너편에서 토치로 생선을 불사 지르고 있었습니다.
오마카세 히토리에서는 다소 기름진 생선을 많이 내놓는 느낌이었습니다.
메로구이는 마치 순두부처럼 살이 보들보들거려서 입안에서 살살 녹았네요.
지금까지 먹었던 생선들 중에 가장 부드러웠습니다. 다만, 중간중간에 가시가 많아서 주의가 필요했어요.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메뉴는 민물장어와 금태, 도미를 한솥에 넣어서 내놓은 오마카세 히토리의 상징적인 메뉴! 장어 솥밥 되시겠다.
처음에 횟감을 한번 보여주셨던 것처럼, 이번에는 맛깔난 솥밥을 들고 한 바퀴 스윽~ 돌면서 포토타임(?)을 가질 시간을 주셨습니다.
먹기 좋게, 가위로 장어를 살살 조사(?) 주시는 셰프님의 손길을 감상하자.
솥밥은 리필이 가능하므로, 양껏 추가로 주문해서 식사가 가능합니다. 방문 전에는 두 그릇 정도 먹겠거니 했는데,
실제로는 배도 부르고 솥밥이 성에 안차서 한 그릇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솥밥은 훌륭한 비쥬얼과는 달리, 생각보다 맛은 그저 그랬습니다. 밥이 눌어서 질겨진 건지, 장어나 다른 생선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먹었을 때는 소금간이 안되어서 다소 삼삼했고, 굉장히 뻣뻣한 쌀알의 식감에 누룽지를 씹는듯한 거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같이 준비된 된장국도 솥밥과의 궁합을 위해서 짭짤하게 만들어진 듯했지만, 흔히 생각하는 구수한 된장국보다는 기름진 고깃국에 가까웠습니다.
솥밥을 넣어서 싸 먹으라고 김을 사이드로 챙겨 주셨습니다.
솥밥이 생각보다 별로여서 아쉬운 부분이네요.
후식으로는 쌉쌀하고 달콤한 녹차 아이스크림이 나와서, 오마카세의 마지막을 충분히 즐기고, 입맛을 정돈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후식을 먹으면서 앞에 계신 셰프님과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변에 다른 팀들 중에 가장 늦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규이치점과 사장님이 같은 쌍둥이 가게이기 때문에, 코스 중에 겹치는 메뉴가 있고,
규이치의 소고기를 이용하고 남은 고기와 사골로 히토리의 된장국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체적인 콜라보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쌍둥이 가게의 식재료가 깜짝 등장할 수도 있는 재미있는 오마카세입니다.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은 날에, 처음으로 오마카세를 경험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려 2000일을 기념하는 날인 만큼 마무리는 케이꾸로 장식해야겠지요?
갓성비로 유명한 오케이크에서 튼실한 친구로 하나 업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유명한 메이커 베이커리에서는 조각 케이크들도 3~4천 원이 우스운데, 오케이크에서는 다소 저렴한 가격에 케이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크를 주문제작도 맡길 수 있지만, 전국 배송은 할 수 없다고 하셔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따로 주문을 넣지 않아도, 이쁘고 개성 있는 케이크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저희는 심플한 디자인의 치즈케이크를 골라서 픽업해 왔지요~
약소하게나마 선물과 편지를 교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니까!
2000일 기념 초까지 꽃아 주었더니, 훨씬 그럴싸한 기념일 케이크가 되었네요~ 아이, 씐나!
앞으로 3000일, 4000일을 넘더라도 변치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파이팅!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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