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커리를 외치다! 나마스테 인디아! - 깔리 사당점
아이고, 신년맞이 이자카야 체험기 이후로 거진 한 달이 넘게 블로그를 방치하고 있었네요.
오늘은 인도하면 생각나는 로컬푸드인 커리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자주 출입하는 사당역 10번 출구 맞은편에 위치해 있어서, 오며 가며 자주 봤었는데, 방문할 생각은 딱히 없었습니다.
평소에 카레보다는 짜장을 좋아해서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항상 식도락을 함께하는 먹부림친구의 추천으로 인도음식점 깔리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근처에 주차장도 있고, 접근성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식당이 꽤나 고층(?)에 있는 것 같은데, 이거 걸어 올라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오?! 굉장히 아담한 엘리베이터죠? 이거 타는 거 맞나? 어리둥절했어요.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음식점 깔리의 정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인도풍의 소품이 잔뜩 장식되어 있어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어요.
누가 봐도 인도음식점이 맞죠? 아주 잘 찾아왔네요!
평일 오후 3시쯤 방문했는데, 다소 애매한 식사 시간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한적한 모습이었습니다.
앞에 있는 모니터에서 인도 현지의 뮤직비디오를 틀어 놓으셨는데, 발리우드풍의 음악을 들으면서 앉아있으니까, 제법 느낌이 살더라고요.
사장님도 인도 현지분이셔서, 뭔가 제대로 근본 넘치게 본토의 맛을 느낄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들떴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하셔서 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을 활짝 열어젖힌 손오공이 눈에 띄어서 같이 담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알려 드려야겠죠?
와이파이 비밀번호 : 0000000127 (0이 일곱 개!)
물 잔이랑 함께 식기가 셋팅되었습니다. 적당히 무게감 있는 식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물잔이 신기하지 않나요? 어디 중세시대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일행들하고 한잔 걸칠 때 쓸 것 같은 비주얼이랄까?
물을 마실 때마다 저의 얼굴도 어른 거려서 흠칫흠칫 놀랐답니다.
식기 밑에는 향신료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었는데,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소소하게 읽을거리로 좋았습니다.
동남아 같은 더운 나라에서 향신료가 발달한 이유가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아하! 새롭게 하나 배워갑니다.
메뉴판에 생소한 이름들이 많아서, 우선은 저희가 먹었던 음식들만 소개해 보는 걸로 할게요!
두 명이서 방문했기 때문에, 스페셜 A세트를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여자친구가 친구들하고 이전에 방문한 경험이 있어서, 막힘없이 주문을 했지만,
인도음식을 잘 모르는 경우에는 어떤 음식이 나올지 감이 없잖아요?
방문하시기 전에 사전조사를 해보시고 기호에 맞는 음식으로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세트 메뉴로도 살짝 부족할 것 같아서, 인도식 볶음밥으로 새우 비리야니를 추가했습니다. 후후후.
헐.. 깔리 라는 이름이 그냥 인도식 철수나 영희 같은 이름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살벌한 누나(?)가 칼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게임이나 영화 같은 장르에서도 파괴신 시바하면 굉장히 비중 있고 묵직하게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 보다 한술 더 뜨는 강려끄함이 돋보입니다..
매 맞는 남편, 시바
향신료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주변에 소품들을 둘러보고 있던 와중에, 첫 번째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맨 위에 우유처럼 보이는 음료는, 인도식 요거트인 라씨입니다. 실제로 플레인요거트랑 굉장히 비슷한 맛이었어요.
주먹만 한 사모사는 어렸을 때 급식으로 자주 나왔던 춘권튀김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맨 오른쪽에 있는 기본찬 중에 단무지(?)를 향신료에 버무린 것도 깔리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맛이었어요.
춘권이나 포춘쿠키를 떠올리게 만드는 반죽피가 특징적이죠?
같이 딸려온 칠리소스나 커리소스에 곁들여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반죽 피는 예상했던 것처럼, 눅눅과 바삭 사이의 어딘가(?)라고 해야 할까요? 패스츄리처럼 여러 겹으로 만드는 것 같았어요.
속에 들어가는 내용물은 강황 같은 향신료랑 감자를 으깨서 넣은 고로깨 비슷한 맛이 났습니다.
토마토나 고기가 들어간 춘권이나 또띠아같은 맛일 줄 알았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네요.
크기가 꽤나 커서, 하나씩 먹으면 어느 정도 든든하게 차오릅니다.
어느 식당에 가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오리엔탈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입니다.
다소 향미가 강한 향신료가 많이들 어가 있었기 때문에, 식사 중간중간에 입가심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배고픈 상태로 깔리에 들어왔는데, 한상차림 가득한 걸 찍는다고, 군침을 얼마나 삼켰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한눈에 보니까, 볶음밥이 없었으면 조금 부족했을 것 같은 구성이긴 합니다. 먹보!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백미보다 훨씬 길쭉하죠?
저도 인남미로 만든 볶음밥은 처음 먹어봐서, 굉장히 궁금하더라고요.
확실히 찰기는 많이 부족했지만, 식재료 본연의 개성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서, 꽤나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국밥집 같은 데서 백반을 먹으면 밥알이 몇 개 안 남아도 젓가락으로 쉽게 집을 수 있잖아요?
인남미는 숟가락으로도 퍼 나르기가 힘들더라고요, 이 나이에 턱받이가 절실할 줄이야.. 쩝..
볶음밥 깊숙한 곳에 칵테일새우가 숨어있어서, 발굴(?)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까끌한 꼬리 쪽을 다듬어서 넣었기 때문에, 목구멍에 스칠 걱정 없이 잘 먹었네요.
요로코롬 맛나게 구워진 친구들은 오늘의 식탁에서 메인요리라고 볼 수 있는 탄두리 치킨이 되시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시즈닝 때깔부터가 굉장히 이국적인 모습이었어요.
탄두리라는 진흙오븐에 향신료로 양념한 닭고기를 조리한 요리라고 하는데, 새우 비리야니와 더불어, 가장 생소한 음식이었던 것 같네요.
갖가지 향신료로 양념이 되어있어서, 독특한 맛을 자랑했는데, 주변에 있는 야채절임들과 곁들여 먹으니, 더더욱 맛이 좋았어요.
화덕에서 굽듯이 익혀서, 기름기가 쫘악빠져서 매우 담백하고, 질리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난이라고 하는 인도식 빵입니다. 맨 위에 있는 건 버터가 발라져 있구요, 아래에 있는건 마늘이 들어간 난입니다.
또띠아와 생김새랑 먹는 방식도 비슷한데요. 화덕에서 구워서인지 또띠아보다 더욱 바삭하고 두터운 느낌이었습니다.
버터와 마늘을 넣은 두 가지 버전이 있었는데, 둘 다 큰 차이는 모르겠더라고요.
마늘의 민족답게, 눈곱만 한 알갱이의 마늘을 보고 성이 안 차서 그런 것도 있었고요.
일단은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친구부터 괴롭혀 주기로 했습니다. 맛있게 생긴 니 잘못이야!
얇게 뺀, 피자의 씬도우 같은 느낌도 드는 것 같네요.
사정 봐주지 않고, 쭉쭉~ 찢어 줍니다.
난을 듬뿍 찍어서 먹을, 치킨 마카니입니다.
향신료를 가득 담은 커리에 크림과 닭고기를 넣어서 만드는 요리라고 하더라고요.
커리안에 큼직한 고깃덩이가 들어있어서, 난에 같이 올려 먹으면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깔리에서 먹은 요리 중에, 가장 베스트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추!
고기에 걸려서 커리를 뜨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옆에 있는 숟가락으로 듬뿍 올려서 드셔보세요!
커리와 토마토 스파게티의 중간맛이 나서, 평소에 또띠아를 좋아하는 저한테, 더 익숙하고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뭐.. 편의점 또띠아긴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자수를 놓은 인도코끼리가 너무 예뻐서 한 컷 담아 보았습니다.
의도치 않게 살짝 주방을 살짝 엿보았는데, 쾌적하게 운영을 하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사장님 한텐 너무 죄송하지만, 인터넷으로 접한 인도의 길거리음식의 실태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돼지 국밥집에서 입가심용으로 박하사탕을 놓아두는 것처럼, 깔리에서는 사운프라는 독특한 씹을 거리를 제공합니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겠죠? 숟가락으로 아주 살짝만 떠서, 손바닥에 담아서 먹어 보았는데,
쪼꼬미 주제에 민트맛이 굉장히 강하게 올라오더라고요. 으으 민초도 못 먹는데 말이죠.
그래도 얼음설탕은 은은하니 단맛이 올라와서 맛있더라고요? 사운프만 씹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으으으..
인도의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소품들로 가득한 공간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코끼리처럼 생긴 신은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신중 하나인 가네슈라고 하네요.
인생의 장애물을 없애주고 복을 빌어주기 때문에 상인들은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를 드리고 시작한다고 합니다.
겨우 밥 한 끼 먹은 걸로 인도라는 나라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깨달음의 나라에 닿은 것 같아서 오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국적인 볶음밥 한 그릇에도 이런 감정이 생기는데, 본토에 가서 직접 보고 느낀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젊어서 하는 고생은 브라운관 너머로 충분하지만, 이래서 일부러 고생을 사서 하라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살짝쿵 스쳐간 하루였습니다.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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