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니 붓싼 가봤나? 사람 냄새나는 부산 여행, 둘째 날 (1편)
어제 묵었던 호메르스 인근에 괜찮은 국밥집이 있어서, 늦었지만 아점을 먹고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까? 생각했었습니다.
부산은 돼지국밥으로 유명하니까, 다른 건 몰라도 국밥은 꼭 먹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나 봐요.
호텔 앞에 광안리 해수욕장도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였던 터라, 눈에 보이는 국밥집마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돼지국밥집은 어디든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가까운 전통시장을 검색해서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일요일 오후인데도 시끌벅적하니 활기찬 모습이어서 헛걸음하지 않게 되었네요.
바다와 인접해 있는 도시인만큼, 좌판에 올라가 있는 해산물들이 한눈에 봐도 싱싱하고 활력이 가득 차 보였습니다.
어제 봤던 전복들 못지않게, 활발하게 꿈틀거리는 게 정말 맛스러워 보이네요. 바로 잡아다가 기름 달군 팬에 구워 먹거나 전복죽으로 캬~!
고래고기처럼 생소한 게 상어고기라고 생각하는데, 부산에 오니까 재미있는 구경을 많이 하는 것 같네요. 처음엔 참치인가? 싶었어요.
여러 가지 생선들이 달랑달랑 가지런하게 달려있죠? 이 앞에서는 물건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한여름 무더위에도 생선이 무사한 걸 보면, 내장 손질을 한 다음에 소금으로 염지를 한 상태여서 가능한 거겠죠?
시장 곳곳에 튀김이며, 떡볶이에 어묵까지! 맛있어 보이는 주전부리가 굉장히 많았지만 우리의 원래 목적은 돼지국밥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시장 안이 꽤나 넓어서, 일직선으로 쭉 통과하는데도 10분이 넘게 걸렸던 것 같아요. 찬찬히 둘러보시려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으셔야 합니다.
시장을 가로질러서 나오는 데, 한켠에서 박을 팔고 있더라고요? 저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서 너무 신기했어요. 자세한 용도가 궁금하네요?
부전시장 인근에는 맛집이 잔뜩 있는데요. 마침 점심 식사시간 하고 겹치는 시간대라서, 눈에 보이는 국밥집들은 웬만하면 죄다 대기줄이 있었습니다.
날도 무덥고 해가 쨍쨍해서 대로변에서 그늘막도 없이 기다리는 건 무리겠다 싶어서, 그나마 웨이팅이 적었던 풍성돼지국밥집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앞에 몇 팀 안 되어서, 금방 들어갈 수 있었어요. 후텁지근한 날씨에 에어컨이랑 선풍기가 얼마나 그립던지.. 선채로 녹아내릴듯한 하루였어요.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카트에 국밥을 쉴 새 없이 담아서 옮기시는데, "더운 날에 고생이 많으시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김치는 배추김치랑 깍두기가 기본적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호에 따라서 맵기를 정해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오른쪽에 빨간 채반에는 소면이 가지런히 말아져 있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게눈 감추듯이 사라져 버리니까, 미리미리 가져가시길!
메인 메뉴는 보이시는 것처럼 수육과 수육국밥이 되시겠습니다. 다른 사람들 먹는 거 그만보고, 내 입으로 쑤셔 넣고 싶었어요!
국밥보다 수육이 먼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보들보들 쫄깃했어요. 큼지막해서 씹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물에 넣고서 삶은 고기일 뿐인데, 매장마다 사장님들 조리 스타일대로 수육 맛이 다채로운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싶어요.
어떻게 제법 매워 보이시나요? 한국에서 "매운", "얼큰", "칼칼" 같은 위협(?)적인 단어가 메뉴에 들어가 있다면 신중하게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혀가 탈것 같은 스코빌 지수에도 "이 짝 음식은 왜 이리도 밍밍하냐."며 혀를 끌끌 차는 핫푸드 고인물들이 지천에 깔려있기 때문이죠.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나지막하게 풍겨오는 알싸한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맵 찔이들은 맘 편히 순한 맛으로~
이제껏 먹어본 돼지국밥들 특유의 찐득하고 묵직한 육수의 맛보다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설렁탕 쪽에 더욱 가까운 국밥이었습니다.
풍성돼지국밥의 메뉴판 이름처럼 간단명료 하면서도 깔끔한 돼지육수의 맛이 질리지 않고, 꿀떡꿀떡 막힘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어째서 돼지국빱이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인 건지, 첫 숟갈에 단박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돼지국밥 투어를 꾸려야 할까 봐요.
고소한 돼지육수와 아삭하고 싱그러운 부추 내음이 입안에서 환상적으로 아우러졌습니다.
캬~ 이렇게 행복한 조합을 처음 생각해낸 맛 천재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부싼 돼지국빱으로 풀 충전했으니, 이제는 감성으로 눈과 마음을 채우러 떠나 봅시다.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은 그대의 이름은 뻥스크림, 그래요.. 우리들의 헛헛한 마음은 국밥 몇 숟갈 만으로는 부족했던 겁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최대한으로 구겨 넣었기에, 이번에는 비교적 부족했던 당분을 가감 없이 때려 부어 주었습니다. 아이 쒼나!
그냥 시장통에서 파는 싸구려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더현대 서울에서 먹은 슈퍼 말차에 비견할 만한 맛이었습니다!
양도 굉장히 많았고, 가뜩이나 더운 날에 묵직한 국밥을 먹은 뒤라 막힘 없이 목구멍으로 훌훌 털어 넣었습니다.
위치는 풍성돼지국밥 뒤쪽에 노상에서 기계로 뽑아서 담아 주시는데, 근처에 가실 일이 있으시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아이스크림만 호로록 먹고 끝내기에 뭔가 아쉬워서 꽈배기도 1인당 한 개씩 맛보기로 했습니다.
당시에는 배가 불러서 다른 게 눈에 잘 안 들어왔는데, 만두랑 찐빵으로 나름 유명한 맛집 인가 봐요.
배가 가득 차서 옆으로 굴러갈 것 같았기 때문에 제대로 살피지 않고 넘어가서 너무 아쉬운 곳이에요.
꽈배기 맛은 일반적으로 딱히 큰 특징은 없었지만, 뭐든지 기본에 충실한 게 최고 아니겠어요?
깨끗한 기름에 충분히 튀겨서 색깔도 맛스러웠고 크기도 오동통해서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꽈배기를 잘근잘근 입에 가득 물고 도착한 곳은 부산의 베네치아, 장림포구입니다.
SNS에서 본 것과는 달리 주변에 상권이나 볼거리가 아무것도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반대편으로 차를 돌려서 장림포구를 한눈에 담아 봤습니다. 장소를 옮겨서 둘러보니 아까 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죠?
그냥 주변에 어선들을 대어놓는 작은 선착장 같은 모습이라서, 큰 기대를 하고 오시는 것보다는, 가볍게 방문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래도 알록달록하게 건물들을 페인팅해놔서 노을 지는 시간에 커피 한잔 들고 산책하시면 꽤나 맛이 살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애매한 시간에 도착한지라, 장림포구의 진짜 참모습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경사가 좀 가팔라 보이죠? 부산에서 정말 놀랐던것중에 하나가 바로 도로환경인데요.
평평하니 순탄한 곳보다는 다이내믹하게 도로망이 구성된 곳이 많아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어요.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고 버스를 타고 올라왔는데, 문화마을 앞에 따로 주차장이 있지 뭐예요? 이렇게 허탈할 수가!
어렵게 도착한 만큼 구석구석 확실하게 즐겨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찾아오기 만만치 않은 곳인데,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귀엽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굉장한 모습 아닌가요?
입구에서 문화마을 전경이 쫙~ 펼쳐지는데, 입에서 "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오늘 문화마을에서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어린 왕자와 여우" 기념사진을 위해서 비장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문화마을 곳곳에 예쁜 벽화들이 많아서,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르기 바빴습니다. 여러 가지로 관광지에 있는 테마마을 중에 가장 좋았어요.
험난하게 올라갔던 경사를 뒤돌아 보았습니다. 대체 어린 왕자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노을 지는 마을과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에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이 있네요.
드디어 이 녀석들을 찾았습니다! 얼굴 한번 보려고 허벅지가 부서져라 올라왔는데, 막상 올라가서 보니까 힘든 것도 다 잊혀 버리더라고요.
마을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데다가, 산등성이에서 저 멀리 수평선까지 쭉~ 이어져 있어서 경치가 정말 최고였습니다.
부산은 바다가 보이고, 지형이 높은 곳이 많아서 어딜 가든 경치가 준수한 것 같아요. 공영 주차장에서 내려오는 길도 이렇게 멋지다니?
흰여울 마을로 향하는 길 옆에 뜬금없이 귀여운 소품샵이 눈에 들어와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가게 이름처럼 나들이 가듯이 입장!
나드리 마켓 안에서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서, 인형의 집에 들어온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렇게 떼샷으로 뭉쳐 있을 때는 정말 귀여운데, 어째서 집으로 데려오면 눈에 안 띄는 잡동사니가 되는 걸까?
벌써부터 마음이 뻥 뚫리는듯한 드넓은 바다가 보입니다. 저는 산보다는 바다가 좋은 것 같아요~
바닷가 근처로 길게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서 바다내음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흰여울 문화마을입니다.
부산에는 관광객들이 정말 많고, 주변에 교통이 혼잡해서 이동하실 때는 반드시 안전에 주의하시길 바랄게요.
해안가로 내려가기 전에 잠깐 발코니에 올라갔는데요, 하늘이 노을에 젖어 가는 모습에 눈을 못 떼겠더라고요.
바다를 향해서 망원경이 3개 정도 있었는데, 동전이 없어서 아쉽다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무료였다는 말씀!
살짝 뿌옇게 보이긴 하지만, 멀리까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밑에서 올라오는 분들도 있으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갔습니다.
해안가까지 길게 내려앉는 말머리 계단으로 내려가면,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흰여울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행 잡지나 모니터에서나 볼법한 경치를 직접 보니까, 사람들이 심신이 지치면 짐 싸서 여행부터 가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오른쪽에는 흰여울 문화마을로 오기 위해서 지나온 남항대교가 보이네요.
길을 잘못 들어서, 문화마을 코 끝까지 왔다가 다리 끝에서 다시 유턴했지 뭡니까?
고난의 시작을 알리는 말머리 계단 표지판입니다. 계단이 길게 늘여져 있었는데 경사가 꽤나 높아서 조심해야 했습니다.
흰여울길 끝에는 인기 많은 포토존이 또 있다고 들었는데, 둘째 날은 숨 가쁘게 이곳저곳 들쑤시며 다닌 데다가,
심지어 아직 가야 할 곳이 몇 군데 더 있어서, 체력 안배를 위해서 눈으로만 즐기기로 했습니다. 하핫!
부전시장에서 돼지국밥 한 뚝배기 말아먹고, 하루 종일 발에 땀내 나게 돌아다녔네요.
체력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흰여울길 끝에도 다녀왔을 텐데.. 역시 노는 것도 체력이 좋아야 하나 봅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셨다면, 이번 여행에서 절반 가량 따라오신 거예요~ 우리 같이 조금만 더 힘내 봅시다! 빠샤!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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